초등학교 5학년 세환이는 과학 만화책을 좋아하고,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집에서 혼자 이것저것 실험해보는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는 아이를 영재학원에 보냈다.
아이는 학원에서 '창의적으로' 실험하는 것을 배웠다.
세환이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말을 더이상 하지 않는다.
아이는 영재학원에서 내주는 창의력 수업 숙제 때문에 '창의적으로' 놀 시간이 없다.
이제 새환이는 세상에서 젤 싫은 것이 창의력 수업 숙제란다.
상담 중에 집을 그려보라고 하자 가족들은 집에 있고 자신만 집에서 조금 떨어진 학원에 앉아 있는 모습을 그렸다.
"너는 언제 집에 올 거니?"하고 묻자 오랫동안 못 간다고 답했다. 학원이 끝나면 곧 다른 학원에 가야 하기 때문이란다.
아이비리그에 진출한 아이들이 무너지고 있다.
여름방학이 되면 미국 아이비리그에 진출한 아이들 때문에 상담이 급증한다.
재학 중인 학교에서 우울감과 자살충동이 있는 학생들에게 상담치료를 받았다는 확인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모른 채 일에만 매달리고 식구들과 정서적 교감은 커녕 그저 사회적 성공만을 좇느라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대한민국의 남편들..
그래서 엄마들은 결국 아들을 남편으로 키우기로 마음먹는다.
아이를 포식하는 것
부모가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이루어주기 위해 공부하는 '철난' 아이로 만드는 것
성적이 떨어지면 슬퍼하는 엄마를 보며 죄책감을 느끼는 '효자' 아이로 만드는 것
부모의 칭찬과 인정이 사라질까 불안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착한' 아이로 만드는 것
자신이 엄마에게 유일한 기쁨인 것 같아서 외롭고 힘들어 보이는 엄마를 늘 걱정하고 살피려는 '속 깊은' 아이로 만드는 것
이것이 모두 아이를 포식하는 방법이다.
아버지들이 이런 삶을 지속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편에게는 아이와 놀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면서도 막상 주말이면 아이를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끌고 다니면서 아버지와 같이 보낼 시간이 없게 만드는 아내들에게 아버지들은 왜 무기력한 것일까?
왜 아이에게 더 열심히 살지 않는다고 화풀이를 하는 것일까?
왜 아이와 얼굴 맞댈 시간도 없이 일하면서 아이의 사교육비를 벌어대는 희생자로서의 삶에 박차를 가하게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돈을 많이 벌어다주고 가족이 돈에 쪼들리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가장 중요한 아버지 노릇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점점 가혹해지는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도 아내가 하는 일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내신 제도
친구가 적이 되다
그전까지만 해도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 짝에게 좀 보여주고 약간씩은 도와주었지만
내신제도의 중요성을 한번 각인한 이후 친구 관계가 내신 제도라는 보이지 않는 벽을 사이에 두고 갈라지게 되었다.
결국 공부 잘하는 아이들과 못하는 아이들의 부류가 갈라지게 되었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 야간 대리운전과 노래방 도우미도 불사했지만 가족은 산산조각이 났다.
막막해하는 아이에게 부모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부모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제부터라도 나의 삶의 가치에 확신을 가지고 그 가치대로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부모 노릇이 막막한 것은 우리가 부모 교육을 덜 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부모 노릇의 책임이 부모 개인에게만 부여되기 때문이다.
그건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문제임을 지지해주는 가치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부당한 가치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자기만의 삶의 방식과 가치를 지켜내려는 부모들이 보호받고 연대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부모가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사회 시스템이 필요하다.
미래 세대를 키워내는 양육과 교육과 보건은 사회와 국가가 지원하는 공공의 영역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끔 아이들에게 부모님이 행복해 보이는지 묻곤 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고 답한다.
부모님은 늘 "너는 나처럼 살지 말아라"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실패를 했든 어려움을 겪었든, 상처를 지녔든 그것이 다 삶에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자신의 삶을 부정하면서 아이가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의 모습... 그것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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