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처방전(책 한 구절)

밀레니얼들의 번아웃, 사회 구조가 일으킨 이 번아웃 - 요즘 애들

책마을 2025. 4. 10. 21:17

 

 

우리에겐 기회가 없다

 

가난부터 배우는 아이들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지

 

일터는 어쩌다 시궁창이 되었나

일터는 왜 아직도 시궁창인가

전시와 감시의 장, 온라인

쉬면 죄스럽고 일하면 비참하고

엄마처럼 살기 싫은 엄마들

 

 

 

내 상태를 번아웃이라고 명명하는 건 거부하더라도, 내 안의 무언가가 망가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 대체로 일상을 잘 유지하는 데 필요한 단조로운 잡일들..

그렇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나는 부엌 칼을 갈거나, 제일 좋아하는 부츠의 굽을 교체하거나..

...등의 일들을 해낼 수가 없었다. 

 

 

내 방구석에는 친구에게 보내려고 구입한 선물이 몇 달 째 방치되어 있었고,

조리대에는 반납하면 적지 않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콘택트렌즈 영수증과 자료가 놓여있었다.

.. 전부 해결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다.

 

번아웃은 잠을 자고 휴가를 가도 진정으로 털어버릴 수 없는, 무딘 탈진의 감각이다.

가까스로 머리를 수면 위에 내놓기 있지만 아주 사소한 변화 하나가 - 질병, 자동차 고장, 망가진 온수기가 - 당신과 당신 가족을 저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힐 수 있음을 아는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해야 할 일들로 납작해진 인생이다.

 

 

학자금 대출을 갚아나가면서 자녀을 위한 저축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

하늘 높이 치솟는 집값과 양육비, 의료보험료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다. 체계적으로 살아보려 아무리 열심히 애써도 이미 빠듯한 살림살이에 허리띠를 더 졸라매려 노력해도, 성년기에 주어지리라 기약했던 안정은 찾아올 기미조차 없다.

 

 

밀레니얼이 그동안 받아온 양육의 주된 메시지는 기만적이라고 느껴질만큼 단순하다.

우리의 모든 길은 대학으로 향해야 하며, 그곳에 다다른 뒤 더 노력하면 아메리칸드림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충분히 노력하면 자본주의와 능력주의로 대표되는 미국의 체제 안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아니면 적어도 그 안에서 편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믿으며 자랐다. 그러나 2010년대 말에, 사건이 일어났다. 일에 치여 살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체제 자체가 망가진 상황에선 승리할 방도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대공황 이래 처음으로 다수가 부모보다 못살게 되는 세대다.  모두에게 영향을 미쳤던 계층 상향 이동의 경향이 우리의 생애 주기상 경제적으로 가장 주요한 시기에 하필 제자리로 돌아갔다.

 

우리는 이전의 노동 인구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저축하고, 월급의 훨씬 많은 부분을 육아와 월세(운 좋게 계약금을 마련한 경우 주택 융자 상환)에 쓰고 있다. 우리 중 가장 가난한 이들은 더욱 가난해지고 있으며 중산층은 자리를 지키느라 애면글면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 대신 독서를 더 하고 싶지만, 너무 지쳐서 멍하니 화면을 스크롤할 에너지밖엔 남아있지 않다.

 

이 싸움을 시작하려면 우선 밀레니얼의 번아웃이 매우 구조적인 문제임을 이해해야 한다.

.... 반드시 이렇게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