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처방전(책 한 구절)

해방의 밤

책마을 2024. 3. 31. 07:41

 

먹이고 놀리고 재우는 일에 관한 논의에서 사교육과 입시 대책으로 엄마들 대화 내용이 달라졌죠.

저는 직진만 있는 그 욕망의 진도가 버거웠고,

엄마들을 만나고 오면 나만 잘못 살고 있는 건가, 내가 부모로서 직무 유기를 하나 싶어 속이 시끄러웠습니다.

 

약도 없는 원인 모를 두통 같은 불안은 책읽기나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며 사라졌어요. 어느새 주변은 대학 진학, 취업,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같은 생애 기획을 무조건 따르기보다 자기 좋아하는 것에 맞게 선별하는 이들의 비율이 높아졌죠.

단지 그들과 섞이는 것만으로도, 같이 읽고 쓰며 사는 얘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양육자로서의 혼란이 잦아들었어요.

자기 기질과 속도대로 자라는 아이를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생겼어요.

선배는 세끼 연속 같은 반찬이라고 해요. 물리겠다는 나의 말에 고개를 젓더니만, "누구랑 같이 먹으면 또 맛이 달라"합니다.

.... 일요일 밤의 스산함과 혼자라는 적적함은 마음을 처지게 하므로 이렇게 얼굴 보고 먹길 잘했다 싶었어요. 사람을 외롭게 하는 건 배고프게 하는 것만큼 죄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