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은 내 생각
파이어족이 되면 뭔가 특별한 것을 할 줄 알았다.
그러나... 난 더 많이 책을 읽고
더 많이 산책하고
더 자주 커피숍을 가고
더 많이 일일혼여행을 갈 뿐이었다. 이마저도 엄마 치매 발병 후에는 스톱되었지만..
내가 이상한가... 하던 찰나에
최성락 교수의 책을 보았다.(50억을 벌어 교수직도 던진 최성락 투자법)
다치바나 다카시는 보다 많은 시간을 책만 보는 데 사용하고 싶다는 이유로 문예춘추 기자직을 그만두었다.
천경자, 이왈종은 미대 교수면서, 그림을 그리겠다는 이유로 교수직을 그만두었다.
김정운 교수도 교수를 그만두고 여수에 내려가 책을 읽는 삶을 택했다.
결국 난 혼자 있는 시간만 굉장히 늘어났다. 친구들과 만나기는 하지만, 이전과 똑같은 빈도이다.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
난 혼자 책을 읽는 시간, 끄적이는 시간, 뭔가를 배우는 시간이 늘어난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더 행복해졌느냐고 물어보면 그건 아니다. 더 불행한 것도 아니다. 그냥 이전의 마음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경제적 자유를 얻어 직장을 그만둔다고 더 많이 놀고 더 행복해지는 건 아니었다.
난 가르치는 것을 좋아했고 학생들도 넘넘 예뻐했다. 아이들과 농담 따먹기하는 게 그립다.
그렇지만 최성락 교수와 다르게 나는 파이어 한 지금이 근무하던 때보다 훨씬 행복하다.
아이들은 좋지만 그외 고등쌤에게 요구되는 어마어마한 업무량과 책임감.. 그것들에게서 해방되는 것이 좋았다.
새벽 6시에 일어나는 삶
가정일 팽개치고 찬바람 맞으며 출근하는 것..
2개 학년 이상의 시험 문제를 내야하는 것..(아이들의 대학 입시를 결정하는 그렇게 중요한 시험을 내가 혼자 다!!)
끝없는 공문 처리와 잡무..
그리고 긴장감 쩌는 2월
그런 것들 없이 살 수 있는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
파이어족이 되면 자기 자신에 대해 더욱 더 많이 알게 된다. 다른 어떤 방법보다 효과가 좋다.
역시나 난 가르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열심히 공부하려는 학생과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직장을 그만투고 경제적 자유를 얻었지만, 막상 새로운 일을 하게 된 건 없다.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게 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기존에 하던 일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호호호(好好好)-좋아하는 것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실 롯데 호텔 라운지 & 크리스마스마켓&만다복 (0) | 2024.02.25 |
---|---|
투자 수다(in 앤드테라스 스타필드 하남점) (0) | 2024.02.24 |
부엌 조망이 가장 예쁘다 (0) | 2024.02.23 |
세번째 방문인데.. 실망을 준..켄싱턴 설악밸리 (0) | 2024.02.13 |
의외의 오뎅 맛집 - 설악 케이블카 전망대 (1) | 2024.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