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처방전(책 한 구절)

대한민국 학부모는 초조하고 불안하다

책마을 2023. 6. 28. 08:08

킬러 문항을 없애라고 대통령이 말했다.

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을 경질했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감사하겠다고 했다.

하루 아침에 대한민국의 사교육의 원흉이 킬러 문항으로 확정되었고 수능 출제위원과 사교육의 카르텔을 강조하며 이들은 순식간에 범죄자로 낙인 찍히고 있다.

나도 당연히 킬러 문항 없어져야 하고 그것을 이용해서 학부모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과도한 사교육 없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킬러 문항이 없어지면 될 일인가?

왜 사교육이 유독 많은가? 우리나라에서는?

집에 있는 아이를 보자. 저 아이가 뭐해 먹고 살까... 걱정되지 않는가?

저 아이가 커서 뭐해 먹고 살까? 의대 나오면 확실히 정년도 없이 먹고 살 수 있다. 열심히 공부시켜서 의대 보내야겠다.

딱 그거 아닌가?

유럽에서는 아이가 공부를 안 좋아하고 안 해도 부모들이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저 건강하게 잘 자라면 된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일만 하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 꼭 의사가 아니어도 된다.

그러니 사교육? 이런 거 시킬 필요가 없다.

직업과 학벌에 따른 소득의 엄청난 차별... 이 차별이 좁혀지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의사, 변호사, 판검사 등등 각종 고소득 단체의 이익을 엄청나게 위해주고 매일 노조 때리기에 나서는 정부에서 고작 킬러문항을 없애면 사교육이 없어지는 것처럼 코스프레하는 것이 우습다. 

 

 

'뭐가 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공부는 잘하고 봐야 해'라는 강한 마음으로 무장한 학부모가 된다.

더 열심히, 더 잘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무엇을 더 시켜야 뒤처지지 않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급선무가 된다.

대한민국이 만들어낸 '학부모'의 역할은 다분히 이런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학부모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불안하고 초조하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깔깔거리면서도, 다른 집의 또래 아이는 매일 더 오랜 시간 공부하고, 매주 더 많은 학원에 다니고, 방학이면 더 멀리 여행 다닐 것이라는 생각에 소파에 누운 아이가 마뜩찮다.

 

 

그래서 학부모 역할을 해야겠다는 마음에 아이와 해왔던 모든 자연스러운 일들을 단숨에 갈아치운다. 

놀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그만 놀고 문제집을 끝까지 풀게 하고, 졸린 아이를 부추겨 못다 읽은 책을 읽게 한다. 

배고픈 아이에게 학원 마칠 때까지는 참아보라고 격려하고, 말하고 싶은 아이에게 잠자코 선생님 말씀을 들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제 너는 애가 아니라고, 학생이라고. 게다가 그냥 학생이 아니라 공부를 제법 잘해서 칭찬받는 학생이 되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