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처방전(책 한 구절)

나는 잡역부 정신을 가지고 살았군요. - 명화가 내게 묻다

책마을 2023. 4. 17. 17:45

어느 날, 회사 동료 혹은 친구가 당신 앞에서 이런 하소연을 합니다.

 

"요즘 쉴 틈이 없어. 너무 바빠. 

나한테만 일이 또 떨어졌어.

이달 말까지 끝내야 할 프로젝트도 있는데 말이야.

정말 피곤해 죽겠다."

 

"과제 다 했어? 난 어제까지 발표 준비하느라 손도 못 댔어. 

오늘은 동아리 모임도 가야 하는데, 왜 이렇게 바쁘냐."

 

여러분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와... 다들 바쁘게 사는구나. 나만 바보같이 허송세월하고 있나?

 

이렇게 생각하시나요?

 

숨은 진짜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난 시간을 무척 알차게 쓰고 있어. 이렇게 중요한 일도 하고 있다고. 난 이런 사람이야.



책을 읽으며 같이 생각해봐요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조지 오웰이 발표한 첫번째 소설

호텔에서 일하며 관찰한 세 직종, 요리사, 웨이터, 잡역부의 습성과 일하는 태도를 분류하고 비교한 구절이 등장한다.

 

요리사는 자신이 없으면 호텔이 곤경에 빠진다는 걸 안다.

전문 기술과 일의 주도권을 가졌기 때문에 스스로를 노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웨이터는 고객에게 알랑거리는 기술로 먹고살지만 수입 면에서는 요리사보다 낫다. 언젠가 자신도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고 당장의 비굴함을 참고 삼킨다.

마지막은 접시닦이나 심부름꾼 같은 잡역부의 근성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볼이 화끈거렸다.

"이는 악착같이 일하는 자의 자부심, 즉 일을 해내는 양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데서 오는 자부심이다. ... 식료품 저장실 책임자인 마리오는 전형적인 잡역부 정신의 소유자였다. 그에게는 일을 해내겠다는 일념뿐이어서 아무리 많은 일을 맡겨도 마다하지 않았다." 

 

잡역부 정신... 때문에 바빴군요..

 

나는 푸념을 가장해 바쁨을 자랑하고 있었군요
잡역부 정신의 소유자였군요

 

 

바쁜 것은 죄악입니다

그런데 참 슬프다. 그들로부터 100년 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기술이 발전한 사회에서, 모두들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그때에 비하면 말할 수 없이 다양해진 직업적 가능성을 누리고 있는데도 자발적으로 잡역부 근성에 발목 잡힌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 현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