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의 빈틈에서 자란다
내가 가진 가장 좋은 것, 최고의 가정에서 자란 시현이 단 하나 가지지 못한 바로 그것, 허술하고 허점투성이인 부모 밑에서 누리는 내 마음대로의 씩씩한 삶 말이다. - 설이 뒷면 표지에 쓰인 작가 심윤경의 후기
첫째도 허술하고 둘째도 허술할 것.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부모가 되기에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는 것 같았다. 아이는 부모의 빈틈에서 자라기 때문에..
꿀짱아의 가정통신문과 교과 진도 등도 '할머니가 알 만큼만' 머릿속에 집어넣기로 했다. 이것저것 빵꾸가 나기 시작했고 남편과 꿀짱아가 당황스러워하는 순간들이 생겼다. 하지만 꿀짱아는 허술한 엄마에게 아주 쉽게 적응했고 모종의 파이팅을 발휘해 제 할 일들을 해냈다.
할머니가 늘 하시던 '장혀'를 연습해서 내 입에 붙였다. '시험 공부는 안 하고 신경질만 잔뜩 부린' 저녁에 아무렇지 않게 "애썼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할머니는 '너희들은 편한 줄 알아라'라는 식으로 말한 적이 없었다. 어느 친구의 집에 놀러갔다가 그 댁 할머니가 "그깟 핵교 댕기는 게 뭔 고생이여, 호강에 겨워서"라고 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나의 할머니는 노년의 안온함을 감사하게 즐기셨지만 겉보기엔 평화로운 자손들의 일상 속에도 숨겨진 고달픔이 있음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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