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 공지영
언제가 행복해? 혹은 행복했어?
어느 늦은 여름의 저녁... 주말 집으로 사용하던 평창의 시골집에서 아직 어렸던 아이들을 아주머니 편에 먼저 서울로 보내고 밀린 원고를 쓰려고 혼자 남아 있었다.
한적한 일요일 오후였을 것이다.
된장국에 넣을 아욱을 따고 가지와 애호박, 풋고추와 상추를 딴 바니구를 들고 텃밭 울타리를 나와 집 쪽으로 몸을 돌리던 어떤 순간. 그 순간이 지치지도 않고 머릿속에서 여러 번 떠올랐다.
뜻밖에도 바로 그 순간, 아직 된장찌개가 다 끓지도 않고 가지는 요리되지 않았고 가지는 요리되지 않았고 애호박도 볶아지지 않았던 그 순간,....
그 평범한 시골의 풍경을 지닌 찰나가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을 누르고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을 밀치고
산토리니와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을 물리치고 월계관을 쓰고 있었다.
원래 저런다, 혹은 원래 그랬다. 참 무서운 말이라는 것을 나는 나중에야 알았다.
우리는 이 한 문장으로 얼마나 많은 불의와 학대와 아픔을 지나쳐 생명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혹은 죽지도 못할 만큼 절망에 빠뜨리는 것인지.
나는 강아지에게 동백이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동백나무가 많은 우리 집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의미였다.
일요일 오후
남편은 운동을 가고
아이는 게임을 하고
나는 산책을 나간다.
산책 나갔다오는 길에 도서관에 들러 예약한 책을 찾아서 투썸에 갔다.
투썸 얼그레이 쉬폰 & 아메리카노
윤썩 집회에 참석한 나에게 친구가 후원해준 기프티콘~
이 순간 역시 나에게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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