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처방전(책 한 구절)

달팽이식당 - 손님을 하루에 한 팀만 받는 색다른 식당

책마을 2023. 6. 11. 08:27

처음이었습니다, 

이토록 마음을 꽉 채워 주는 음식은.

여전히 나는 하루에 한번 엘메스의 똥을 밟는다. 밤송이가 머리 위에 떨어지는 일도 있고, 길가의 돌멩이에 걸려 넘어질 뻔한 때도 있다. 그래도 도시에 살던 시절보다는 작은 행복을 만나는 순간이 훨씬 많다.

 

 

달팽이 식당은 손님을 하루에 한 팀만 받는 조금 색다른 식당이다.

전날까지 손님과 면담 혹은 팩스나 메일로 대화를 주고받아 무엇이 먹고 싶은지, 가족 구성은 어떤지, 장래의 꿈은 무엇인지, 예산은 어떤지 등을 상세하게 조사한다. 나는 그 결과에 따라 그날의 메뉴를 생각한다.

달팽이 식당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음식을 맛보게 하자.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언젠가부터 나는 요리를 시작하기 전이면 항상 이런 의식을 올린다. 식재료를 얼굴 가까이에 가져가서 코를 대고,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킁킁 냄새를 맡으며 각각의 상태를 확인하고 '어떻게 요리해 줬으면 좋겠니?'하고 묻는다. 그러면 식재료들이 스스로 어떻게 조리돼야 가장 어울릴지 말해 준다.

 

그러고 나서 나는 마음속으로 무릎을 꿇고 요리의 신에게 기도한다.

부디 무사히, 맛있는 카레를 만들도록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