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호(好好好)-좋아하는 것들

서울숲 나들이 (ft. 팀보타 전시, 서울로인)

책마을 2022. 4. 6. 13:29

서울숲에 갔는데

숲 전시를 돈 내고 또 보러가는 건 무엇?

 

모든 게 눈부셨다.

평온한 바다처럼, 광할한 대지처럼,

그 속에 섞여 하나 되어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던 날, 

그린의 작은 손에 들린 편지 한 통으로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누구나 존재하는 '탐'에 대한 이야기

 

여느 평범한 날, 

모든 건 그린의 편지로부터 시작되었다.

블루에게 전달되어야 할 편지를 

몰래 뜯어본 머스타드, 

그 순간 숨어있던 탐이 싹트기 시작한다.

그린의 편지로부터 시작된 머스타드의 이야기처럼

타인에 의해 씌워진 내면 속 껍데기를 벗겨내고

일곱 가지 탐의 숲속을 거닐며

당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길 바란다.

뭔가 좋은 향이 계속 나왔다.

백년초향이라고 한다.

블루! 우리의 휴가 계획은 예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 거지?

난 요즘 너무 기대돼 잠을 잘 수가 없어!

이 편지를 읽는다면 손꼽아 기다리는 날 위해 얼른 답장해줘!

 

- 너의 오랜 친구 그린

그의 편지에서 시작된 미세한 균열은 

몸속 작은 세포가 분열하듯 점점 커져 내 생각들을 잠식해 나아갔다.

'우리'

'휴가 계획'

'오랜 친구'

 

그것들은 내 감정을 건드렸고,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던 진심이란 껍질을 

드러내기에

충분한 자극이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아닌 누군가,

블루, 블랙, 화이트, 혹은 그린 등

그들을 탐하기 시작했다.

평소 하지 않던 행동들을 해보았다.

쓰지 않던 향수를 뿌렸다.

길었던 머리를 짧게 자르기 위해

먼 곳의 소문난 미용실을 예약했다.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입었다.

차 대신 커피를 시켰다.

이것이 누구의 취향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본래의 내 것이 아니었을 뿐

블루! 오는 길에 그린을 만났는데, 이 편지를 너에게 전해달래!

머스타드야 고마워!

근데 우리 너무 오랜만이다!

요즘은 별일 없어?

응! 하루하루 똑같은 나날에 감사하고 있지~

그래 늘 밝은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다시 한번 편지 고마워

뭐좀 마실래?

오늘은 따뜻한 커피 한잔 부탁해!

'머스타드'에게 건넨 커피는 낯설었다.

나는 늘 그의 세련된 음료 취향을 남몰래 동경하곤 했다.

'머스타드'가 없을 땐

내가 그의 취향을 대신해 차를 시켜마시곤 했다.

마치 원래 내 취향이었던 것 마냥

나 이제 일어나 볼게

커피 잘 마셨어!

그래! 아참 머스턷!

항상 밝은 모습 보여줘서 고마워! 조심히 가!

'머스타드'가 떠나고 나는

평소 그가 좋아하던 허브티를 내려 마셨다.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긴 하루였다.

편지를 전해주고 돌아온 나는 벗어둔 옷가지들을 정리하곤, 씻어내기 위해

샤워실로 들어섰다.

피곤한 하루이다.

오늘은 일찍 잠들 수 있을 듯 하다.

몽롱함에 취한 눈이 감기고,

거울 속 나는 모습을 계속 바꾸어

도저히 내가 누구인지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그 안에서 나는 무언가를 적고 있는 듯했고

작은 종이 위에 조심스럽게 글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

적고 있는 건 분명 내 모습이었다.

초록빛의 나는 분명 편지를 쓰고 있었다.

동시에 노란빛을 띵며 누군가에게 전해주었고,

파란빛이 되었을 땐, 그것을 읽고 있었다.

꿈속에서 나라는 빛들은 뒤죽박죽 뒤섞여 밝은 빛을 내고 있었고

마침내 꺠어났을 땐 

아주 짧은 기억만이 남아있었다.

 

오로지 나에 대한

알람이 울린다.

잠에서 깨어 평소처럼 움직인다.

모닝커피를 마시고,

새로 자른 머리가 잘 어울리나 살펴보고,

늘 뿌리던 향수를 늘 뿌리던 곳에

마지막으로 거울 앞에 서

새로 산 옷들을 뽐낸 후 나갈 준비를 마친다.

오늘도 

평소와 똑같은 나날임에 감사하며 문을 나선다.

 

그리고 서울숲 산책

서울로 인 등심구이

감태육회초밥

육전

밀면

 

넘넘 맛있으나 쪼끔 많이 비쌈...

서울숲 야경

간단히 산책 후 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