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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유산 - 심윤경

책마을 2023. 6. 4. 17:08

 

2012년, 나는 노르스름하게 변색된 앨범에서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을 꺼내 보다가 아직 돌이 되지 않은 나를 안고 있는 할머니 뒤편에 웬 건물이 함께 있는 것을 발견했다.

먼 모습이지만 유럽식 뾰족한 탑과 흰 톱니모양 테두리를 두른 창문이 보이는, 크고 아름다운 건축물이었다.

...

"그게 언커크잖아."

 

언커크란 우리 마을 이웃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던 비밀 암호같이 모호한 지명이자 연대기적 어떤 사건이었다.

'유엔 한국통일부흥위원회, UNCURK'

믿어지지 않도록 아름다운 유럽식 저택을 지은 이는 악명 높은 친일파 윤덕영이었고 언커크로 불리기 이전의 원래 이름은 윤덕영의 아호를 따른 '벽수산장'이었다.

 

 

"이 소설에는 친일파와 왕가, 국제기구와 대저택 같은 거창한 것들이 등장하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사람을 이리저리 떠밀어대는 이념의 밀물과 썰물 속에서 정직과 존엄을 지키려 애썼던 평범한 사람들이다...."

노랫말처럼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역사에 파묻고 잊혀져간 수많은 그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우리 역사의 주인공들이며, 우리는 각자 그렇게 우주의 중심에 살고 있다.

 

적산, 적이 남겨두고 간 자산이라는 표현에는 불을 지르고 싶은 적의와 한입에 삼키고 싶은 상반된 욕망이 뒤섞여 듣기만 해도 잠잠하던 피마저 들끓게 했다.

 

애커넌 씨의 대답은 해동이 국제 사회에 대해 마음속에 간직했던 어떤 신뢰를 결정적으로 꺾었다.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의 형편은 그때의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네."

그 말은 곧 한국의 비참했던 일제강점기 삼십육 년 동안 나라와 민족이 아닌 일본과 개인적 치부를 위해 진력했던 사람들에게 비난하거나 책임을 물을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었다.

 

쩝...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의 역사 의식도 저 UN의 호주 대표와 별반 다른 것 같지 않아 화가 많이 난다.

최소한 저런 친일 대통령은 뽑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