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공부

수능 한 문제로 자살? 우리는 자녀들에게 플랜 b, 플랜 c 를 계속 얘기해줘야한다

책마을 2025. 5. 1. 10:11

서촌의 기억이라는 소설을 읽어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국어 문제 하나가 정답이 바뀌면서 대학에 합격했던 아이들이 합격 취소되고 7명의 아이들이 자살하는 사건

물론 소설이지만 이게 허구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이것이 있을 법한 일이기 때문에... 다들 공감하며 읽는 것이리라.

 

중,고생의 자살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젠 연령대가 낮아져 초등생도 자살을 한다고 한다.

 

모든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할 수 없다.

그건 상대평가인데 어떻게 모두 잘 할 수 있는가?

공부 아니고 다른 길도 얼마든지 많고 그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도 인생은 너무나 재미있고 행복하다는 얘기를 지속적으로 해줘야한다.

무엇보다 부모가 인생을 즐겁게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국군 패잔병이 되어 산속으로 숨어든 '나'가 인민군 탈영병이 되어 산속으로 숨어든 친구 '유담'과 극적인 조우를 하게 되지만, 이내 인민군 정찰병에게 발각될 위기에 처하고 '유담'이 '나'를 지키기 위해 자진하여 인민군의 소굴로 돌아가게 되면서 '나'는 결국 살았다는 내용의 그 소설...

그 소설은 그해 수능에 출제되면서 일곱 명의 학생들을 자살로 이끌었다.

시험 출제자들이 정해놓은 답을 두고, 정선우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왜곡하지 말라며 항의를 걸었기 때문.

 

 

 

 

1등급이었던 수능 성적표가 정답이 바뀐 한 문제로 인하여 2등급으로 떨어지던 그날, 옥상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정연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는 나에게 생전 보여주지 않았던 환한 미소를 남겨두고 멀어져간다. 두 명의 인민군 정찰병에게 가녀린 양쪽 팔을 붙들린 채 그는 사라져간다.

보일락 말락 희미해져가는 그의 머리끝에서 나는 알 수 있었다. 그가 고요히 울고 있다는 것을.

 

보일락 말락 희미해져가는 그의 머리끝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16년 전, 태인과 정연을 갈라놓았던 수능 문제는 그들에게 그것을 묻고 있었다.

... 자윤의 마지막을 절대로 죽음이라 말하고 싶지 않았던 선우의 마음이, 절필을 선언하면서까지 고집했었던 그 마음이 태인은 비로소 깨달아진다. 

 

 

자진해서 돌아가는 자윤의 뒷모습을 보며 선우는 얼마나 많은 밤을 죄책감으로 괴로워했을까.

이 글을 쓰는 동안 골백번은 더 엎드려 울었겠지.

어쩜 평생을 그의 몫까지 살아내기 위해 그토록 쉬지 않고 글을 썼던 건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울컷 감정이 솟구친다.

그리고 이내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터져 나왔다.

태인은 혹여라도 잠들어 있는 사람들을 깨울까 싶어 황급히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