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처방전(책 한 구절)

유현준의 인문건축기행

책마을 2023. 8. 11. 06:58

'퐁피두 센터' 디자인을 처음 본 사람들은 충격을 받는다. 나도 학창 시절 이 건물을 보고, 짓다 만 창고 같은 이 건축물을 왜 그렇게 칭찬하는지 이해를 못 했다.

여러 가지 색 파이프가 노출돼 있는 '퐁피부 센터' 외관

 

 

구조와 설비를 외부로 노출한 디자인을 하게 된 이유

기둥을 없애기 위해서..  내부에 기둥 같은 설비가 들어가면 추후 다양한 전시 공간을 기획할 때 제약이 된다. 그런 일을 피하기 위해 기둥과 에스컬레이터를 비롯한 각종 설비를 실내 공간에서 모두 건물 외부로 빼내는 식으로 설계했다.

 

 

 

 

건축가의 감성이 바뀌면 디자인도 바뀐다. 젊어서는 차가운 직육면체의 '빌라 사보아'를 디자인하던 사람이 말년에는 직선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곡면의 '롱샹 성당'을 디자인했다. 르 코르뷔지에가 일흔 가까운 나이가 됐을 때 완공된 '롱샹 성당'은 기존의 르 코르뷔지에가 보여 주던 디자인과는 사뭇 다르다.

 

'롱샹 성당'은 프랑스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도 한참 들어간 곳에 있다. 자동차를 타지 않고는 찾아가기 힘든 곳이다. 건축 전공자들 중에는 학창 시절에 건축 답사를 위해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떄는 비용 절감을 위해 기차를 타고 다니다 보니 기차역이 있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시골에 위치한 '롱샹 성당'은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시간과 돈에 여유가 생긴 다음에야 자동차를 대여해서 찾아갈 수 있는 곳이다. 나역시 건축을 한 지 30년이 지나고 나서야 볼 수 있었다. '롱샹 성당'은 건축가에게는 성지 순례지다.